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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보 선언 정보, 출연진, 관람평 블랙코미디 이장호 감독

by 식스센스 정보 2025. 4. 23.

1980년대, 예술이 말을 잃던 시절. 그 시대에 누군가는 오히려 더 낯설고 이상한 방식으로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영화 <바보 선언>은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입니다. 실험과 블랙코미디가 공존하는 이 작품은 지금도 ‘왜 예술은 저항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게 만듭니다.

 

영화 바보 선언 정보, 출연진, 관람평 블랙코미디 이장호 감독
영화 바보 선언 정보, 출연진, 관람평 블랙코미디 이장호 감독

 

 

기이하고 절망적인 세 사람의 여정

이 영화는 한 청년의 자살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그는 바로 영화감독, 즉 이 영화를 만든 이장호 감독 본인입니다. 예술가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이 서사는 곧 사회에서 밀려난 세 인물, 절름발이 청년 동철, 어딘가 어눌하지만 정 많은 택시기사 육덕, 그리고 정체불명의 여자 혜영이 서로 얽히며 이어집니다.

 

동철은 우연히 혜영을 만나고 뒤따르던 중 육덕과 마주칩니다. 이 셋은 희한한 동행을 시작하고, 청량리 뒷골목에서의 생활, 짧은 휴식, 이별, 그리고 죽음이라는 반복되는 절망의 순환에 빠져듭니다.

 

왜 ‘바보’여야만 했을까?

이 영화의 핵심은 ‘바보 선언’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드러납니다. 똑똑한 체하지 않고, 현실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겠다는 선언. 이장호 감독은 팬터마임, 마당극, 무성영화, 아동 내레이션 등 기존 영화문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해체합니다.

그 파격은 구체적입니다.

 

1. 영화감독의 자살로 시작 2. 채플린을 연상시키는 동철의 몸짓 3. 어린이의 해설로 덧붙여지는 블랙 유머 4. 염불, 오락기 소리 등 비일상적인 사운드 5. 내러티브가 끊기는 구성

모든 요소는 “이건 영화일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관객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야말로 현실을 꿰뚫는 방식이었습니다.

 

군사정권 하의 한국, 그 시대를 담다

1980년대 초반은 검열이 극심하던 시기였습니다. 영화는 미리 시나리오를 제출해야 했고, 촬영 중에도 각종 규제에 시달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보 선언>은 정면돌파를 택한 영화입니다. 무겁고 가라앉은 현실을 웃음과 환상으로 씌운 이 영화는, 그렇게 더 큰 메시지를 던집니다.

정치적 메타포와 사회적 절망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이 작품은, 당대 대중들에게는 낯설었고, 평론가들에게는 혁신이었습니다.

 

무력한 예술, 그러나 저항하는 예술

이장호 감독이 표현한 ‘예술가의 무력함’은 결국 자살이라는 상징으로 귀결됩니다. 하지만 그 죽음 이후에도 영화는 이어집니다. 동철과 육덕은 혜영을 정성껏 묻어주고, 그렇게 바보 같은 사랑을 끝까지 지켜냅니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 작품의 힘이기도 합니다. 메시지를 선언하지 않지만, 모든 장면이 스스로 메시지가 됩니다. 그리고 결국 관객이 ‘왜 지금 이런 이야기가 필요했는가’를 묻게 만듭니다.

 

이 영화를 지금 다시 봐야 하는 이유

지금, 우리는 더 많은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표현은 평범해지고, 이야기들은 모범답안을 찾으려 합니다. 그런 지금, <바보 선언>의 실험은 다시 우리를 자극합니다. 영화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지금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왜 이 시대에도 ‘바보 선언’ 같은 영화가 필요한가요? 왜 그 시대의 외침이, 지금 다시 울림을 주는 걸까요?

그건 아마도, 시대가 달라져도 고통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리하며: 바보 같았기에 용감했던 예술

<바보 선언>은 단순히 비극적인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오히려 유쾌하고 해학적이며, 가끔은 무력하지만 또 끈질긴 예술가의 몸짓입니다. 지금 우리가 이 영화를 다시 꺼내드는 것은, 그 당시의 메시지를 현재로 가져오기 위해서일지도 모릅니다.

1980년대의 한국, 그 시대를 담은 실험영화 한 편이 지금 다시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선언을 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