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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by 식스센스 정보 2025. 7. 16.

“여행이 끝날 때,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The Motorcycle Diaries, 2004)』는 훗날 쿠바 혁명을 이끈 혁명가 체 게바라가 아직은 23세의 평범한 의대생이던 시절, 친구 알베르토 그라나도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남미 대륙을 종단하며 겪은 여정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단순한 모험 여행처럼 시작된 여정이, 어떻게 한 청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었는지, 이 영화는 그 내면의 진화를 섬세하고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낭만과 자유의 여정

1951년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출발한 게바라와 그라나도는 500cc 중고 오토바이 '포데로사(힘센 녀석)'를 타고 칠레, 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를 여행합니다. 처음엔 단순히 청춘의 낭만, 이국의 풍경, 유쾌한 모험을 기대하며 길을 나선 두 청년은, 여행 곳곳에서 현실의 벽과 마주치게 됩니다.

 

이 여정은 곧 그들에게 단순한 여행이 아닌 '진실을 마주하는 훈련'이 되어갑니다. 허름한 마을, 가난한 농민, 땅을 빼앗긴 원주민, 병든 광부와 소외된 나환자들까지… 그들은 남미 땅 곳곳에 사회의 모순과 불평등이 얼마나 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영화는 체 게바라가 의대생으로서 가지고 있던 선의와 이상이 점차 깨지고, 그 위에 새로운 자각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인상 깊은 장면은 다음과 같아요:

  • 페루 마추픽추에서 원주민 공동체를 보며, 문명의 이면에 감춰진 잔혹한 역사와 억압을 깨닫는 장면
  • 탄광 노동자 부부와 나눈 대화: ‘왜 이런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에 ‘할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는 대답은, 체에게 깊은 충격을 안깁니다.
  • 나환자촌 봉사 활동: 게바라는 나환자들과 ‘물리적으로 떨어진 공간’이 아닌, 그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 지내며 인간의 존엄성과 차별 없는 연대의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이 경험들을 통해 게바라는 단순한 치료나 의술만으로는 세상의 고통을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를 느끼고,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점점 눈을 뜨게 됩니다.

 

의사에서 혁명가로

영화 후반부, 게바라는 친구들과 나눈 대화에서 “우리는 한 나라의 현실을 본 게 아니라, 하나의 대륙이 겪는 동일한 고통을 목격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더 이상 국적이나 경계에 갇힌 인간이 아니라, 남미 전체를 하나의 고통받는 존재로 인식하는 단계로 나아갑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나환자촌에서 '강을 건너' 환자들과 함께 생일을 보내며 물리적, 사회적 경계를 넘는 상징적 장면을 연출합니다. 이 강을 건넌 순간, 체 게바라는 이미 '혁명가의 씨앗'을 마음에 심은 것이죠.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는 단순한 여행기가 아닙니다. 여행이라는 외부 경험이 얼마나 깊은 내면의 전환을 이끌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성장의 기록이죠.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혁명가 체 게바라'의 이미지를 넘어, 청년 에르네스토가 어떻게 체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인간적인 이야기입니다.

 

핵심 메시지

  • 진짜 여행은 ‘관광’이 아니라 ‘경험’이다.
  • 진짜 변화는 책이나 이론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치고 마음으로 느끼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외부인이 아닌 같은 인간의 시선으로 마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체 게바라는 이 여행 이후, 진보 정권이 무너지는 과테말라의 현실을 겪고, 멕시코에서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며 본격적인 혁명가의 길로 접어듭니다. 영화가 다루는 건 그 길의 시작점, 그가 ‘왜 혁명이 필요한가’를 처음으로 느낀 내면의 싹이 트는 순간이에요.

 

마무리 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불편함, 모순, 불공정함 속에서도 어떤 변화의 감각을 느낄 수 있을까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그렇게 우리 모두에게도 작은 자극과 질문을 던져줍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나요?”